요즘 러닝이 정말 대세잖아요. 한국에서 마라톤 대회 신청자가 몇 년 만에 10배가 늘었다고 합니다. 동시에 주류 소비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건강을 챙기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해요.
그런데 영국도 상황이 비슷하대요. 무슨 얘기인지, 이제 시작할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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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의 퀴즈!
영국 친구가 말해요. “기차 요금이 또 올랐대. 사람들 엄청 화났어 😡” Q. “그럴 만하지”라는 뜻으로 가장 적절한 표현은?
① Fair enough.
② Rightly so.
③ So be it.
정답은 레터 맨 밑에서 공개!
점점 술 안마시는 영국 (그런데 비밀!)
'영국'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나요? 동네 펍에 가서 사람들과 같이 축구 중계를 보는 모습이 익숙해요. 그런데 요즘 영국 사람들, 점점 펍에서 '술'을 잘 안 마신대요.
지난 6월에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영국 성인 10명 중 4명(40%) 이상이 펍에서 친구가 눈치채지 못하게 무알콜 음료를 주문해 본 적 있다고 답했어요. 25~34세에서는 67%까지 그 비율이 올라가요.
술을 안 마시는 건 그렇다 쳐요. 왜 그걸 숨길까요? 이유는 영국 펍의 라운드 문화에 있어요.
펍에서는 술을 한 잔씩 사지 않아요
펍은 원래 public house의 줄임말이에요. 말 그대로 공공의 집이라 술집보다는 동네 사랑방에 가까워요. 자기가 자주 가는 단골 펍은 my local이라고 불러요.
여기서 중요한 게 라운드(round) 문화예요. 여러 명이 펍에 가면 각자 자기 술을 사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그 자리 전원의 술을 한꺼번에 사요. 그게 한 라운드예요. 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사고요. 돌아가면서 전원이 한 번씩 사는 거예요.
그렇게 라운드가 돌다 내 차례가 왔을 때 하는 말이 이거예요.
라운드 주문이 오가는 영국 펍의 바 카운터
사진: Tim Sheerman-Chase, Wikimedia Commons (CC BY 2.0)
✨ round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전원의 술 한 바퀴를 뜻해요. 그래서 It’s my round는 “내 차례니까 다 같이 마실 걸 내가 산다”는 말이에요.
It’s my round. What are you having? 이번엔 내가 살게요, 뭐 마실래요?
술을 마시든 안 마시든, 자기 차례가 되면 다른 사람들의 술값까지 다 내야 해요. 영국의 대표 예절 안내서 드브렛(Debrett’s)도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은 결국 자기 음료값보다 남의 술값을 더 쓰게 된다고 경고(!)하죠.
조금 이상하잖아요. 술도 안 마시는데 다른 사람들 술까지 사야 한다니! 그럼 자연스럽게 펍에서 화제의 주인공이 되는 거죠. (웅성웅성... 저 사람 술 안 마신대... 웅성웅성...) 그래서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술 대신 조용히 무알콜 음료를 주문하는 거죠...
무늬 없는 잔에 담아주세요
펍에서 생맥주는 보통 맥주 브랜드 로고가 찍힌 전용 잔에 나와요. 잔만 봐도 뭘 마시는지 보이는 거죠. 그래서 무알콜 맥주를 시키면서 이런 부탁을 하는 사람들이 있대요. 무알콜 맥주 브랜드 럭키세인트(Lucky Saint) 창업자의 말이에요.
🇬🇧 I still hear from people who love having alcohol-free beer but would rather have it served in a plain glass.
🇰🇷 무알콜 맥주를 좋아하면서도 아무 무늬 없는 잔에 담아 달라는 분들 이야기가 아직도 들려와요.
✨ stealth /stelθ/
몰래 하는 것, 들키지 않게 하는 것이에요. 레이더에 안 잡히는 전투기를 스텔스기라고 하는 것과 같은 단어죠. 로고 없는 잔에 담으면 겉보기엔 그냥 라거 한 잔이라 무알콜인 걸 아무도 몰라요. 이렇게 티 안 내고 마시는 무알콜 맥주 한 잔에 stealth pint라는 이름까지 생겼어요.
She made a stealth exit from the party 그 사람은 파티에서 슬쩍 빠져나갔어요
무알콜 맥주 브랜드 럭키세인트가 운영하는 런던의 펍
사진: Ewan-M, Wikimedia Commons (CC BY-SA 4.0)
✨ alcohol-free
영국에서 무알콜 맥주는 alcohol-free beer라고 해요. non-alcoholic beer는 오히려 미국과 캐나다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에요. 영국 정부 표기 지침이 non-alcoholic을 술 이름과 붙여 쓰지 말라고 권고하거든요. 그래서 영국 펍 메뉴판이나 마트 라벨에서는 alcohol-free나 0.0을 보게 돼요.
Do you have any alcohol-free beers? 무알콜 맥주 있어요?
I’ll have an alcohol-free one, thanks 저는 무알콜로 주세요
요즘 영국 맥주업계는 이 표기 기준을 풀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요. 지금은 알코올 0.05% 미만이어야 alcohol-free라고 적는데 이 기준을 다른 나라들처럼 0.5%까지 올려 달라는 거예요.
그동안 영국에서 사람을 만나는 자리는 주로 펍(=동네 사랑방)이었어요. 그런데 요즘은 좀 다르대요. 친구를 만나러 펍에 가는 대신 러닝하는 사람이 늘고 있거든요. 술을 마실 바엔 차라리 뛰러 나가겠다는 걸까요... 😅